재건축이 확정되었다면 이 곳의 모든 흔적과 자리가 흩어지는 것인데, 하며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몇 번이나 그 언덕길을 오르며 주변을 산책하며 작업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 내가 살던 동네처럼 친숙하기도 했고, 이국적인 풍경과 냄새로 낯선 장소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곳의 환경처럼 굴곡이나 경사가 있는 것, 작지만 분명한 개인의 서사가 드러나는 것, 잠깐의 다른 세계를 꿈꾸는 반짝이는 것을 하나씩 그려가며 조합해 나갔다.
갤러리의 공간 바닥을 동네의 언덕처럼 경사지게 만든다. 바닥표면을 금박으로 덮어서 ‘황금 방’을 표현한다. 일인용 이불크기의 공간에 맞게, 개인의 삶이 있던 분명한 장소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슬람 사원과 먼 나라의 글씨체에서 마법의 램프를 떠올리기도 했고,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어떤 환영, 꿈, 다른 세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과거의 역사에서나 어린시절 동화책 속에서 황금색은 영원한 가치, 변하지 않는 믿음, 고귀한 것, 상상의 마법을 상징하는 비물질적으로 느껴지는 신비한 색이었다. 그러나 황금을 물질로만 바라보는 순간, 끝없는 욕망, 눈 먼 권력, 과거의 화려함이 되기도 한다. 어떤 마음과 태도로 바라보고 느끼는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황금색이다.
맨 처음 나의 황금색은 현실에서 빌린 색이었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의 지우고 싶은 벽지 색깔이자, 작업실 창문 너머 재건축이 한창인 아파트의 요란한 광고 문구 색깔과 같았다. 내 주위에 있는 ‘황금색’의 퇴색된 의미를 작업 속에서 다시 나타내 보고자 했다. 그래서 매일 보는 내 방 벽 황금색 선이 상상력을 고갈시키는 사슬에서 예술의 반짝이는 선으로 연결되기를 바랬고, 빛바랜 사진의 금색 테두리같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 그 집 자리를 생각할 수 있는 무언가로 남기를 바랬다. 그것은 마치 백조왕자의 쐐기풀옷이나 룸펠슈틸츠헨의 물레처럼, 황금색이 비물질적인 어떤 반짝이는 것으로의 잠깐 동안의 전환을 꿈 꾼 것이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유리창 너머 ‘황금 방’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추는 것을 상상한다. 각자의 살고 있는 장소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쁨과 추억 그리고 너무나 가까이 있었던, 먼 꿈의 자국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