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커플
Couple
2014
아크릴
35x83x45cm
Related Archive
작업 노트
커플
Couple
2014
Related Exhibition
1. 의자-Couple 
조건:
하나.디미방의 의자 중 하나를 작가의 작업실로 가져가서 사용한다.
둘.디미방의 원래 의자가 있던 자리에 작가가 만든 새로운 의자를 설치하고 사용한다.
셋.전시가 끝나면 두 의자를 다시 바꾼다.

식당의 수많은 사람들이 앉는 의자와 작가의 작업실 개인의 의자를 한 달 남짓 교환하여 사용한다. 식당/작업실의 다른 두 공간이 다수/개인, 일상/작품, 있는 것/없는 것 의 개념을 서로 교차시킨다. 다른 두 공간에서 서로의 의자를 상상하며, 낯선 경험을 할 수 있다.
2. 간판-hale iwa
조건:
하나.작가의 작업실에서 간판을 떼어온다.
둘.디미방의 간판(성북동 디미방) 밑에 작가의 작업실 간판(hale iwa)을 나란히 설치한다.
셋.전시가 끝나면 다시 작업실의 간판이 된다.

간판은 의자와 달리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두 공간을 서로 연결시킨다. 의자가 설치된 공간인 식당 ‘디미방’ 과 전시 기간 동안 또 다른 의자가 있는 공간인 작가의 ‘작업실’ 을 연결 시키는 매개이다.  나의 작업실의 간판인 ‘haleiwa' 역시 다른 동네의 실제 이름에서 가져왔으며, 조합을 바꾼 ’hale iwa' 는 상상의 다른 공간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작가 노트

하루 하루의 끝에 다다를 무렵 느끼는 공허함과 또는 만족감은 늘 작은 구멍들을 만든다.
그 구멍들은 가지처럼 뻗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그 세계의 끝에는 또 다른 수만 그루의 나무들이 함께 지키고 있다.

나의 작업 속에서 수많은 선들이나 알갱이들은 반복되는 하루를 의미했다. 작가로서 매일 매일 몇 줄씩 그었던, 심지어 선이라도 긋지 않으면 불안했던 시절의 캔버스나 종이 위의 선들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듯 했다. 이제는 그 선들이 다양한 문맥으로 확장되어 선반이 되기도 하고 벽이 되기도 하고 나무의 가지가 되어준다.

나의 세계에서 매일 이겨내고 또 가득 채우기를 했던 그 작업들은 내일이면 또 하루가 시작되듯이 비워져 있어 위안이 되었다. 작은 텃밭에서의 뿌리내리기를 그만두고, 수조 속에서 녹아 버린 설탕 덩어리 물을 버리고, 지붕 밑 하얀 설탕 위의 발자국을 지우고, 그렇게 하나의 설치나 전시가 끝나고, 열리고 닫혀서 참 다행이었다.
 

그 동안 나는 작업 속에서 삶과 죽음, 삶과 예술, 안과 겉, 사라지는 것과 남아있는 것, 일상과 작업 등 서로 어긋나거나 모순되는 상황 속의 '미묘한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러한 작업이라기보다는 '미묘한 균형적' 태도로 작업에 임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작업의 재료들은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시작되었다. 빵 끈, 벗겨진 황금색, 비어있는 선반, 시멘트 사이를 비집고 난 잡초들, 오래된 각설탕 등 시선을 붙들지 않았던 늘 가까이에 있었던 것들이다.
 
일상의 재료들과 미묘한 균형적 태도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수없이 저울질했던 단순한 하루 속에서 만들어진 구멍들이다. 그 구멍들은 시간을 등진 살아가는 이의 '쓸쓸함' 이 서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최성임 
‘집으로 가는 길’ 전시를 시작으로 드로잉, 페인팅, 사진, 설치, 글쓰기 등 유연하게 작업하고 있다. 일상과 작업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며 그러한 모순과 만남을 작업 속에 나타내고자 했다. 일상의 재료들로 미묘한 균형적 태도로 만들어진 작업들은 단순한 하루의 연장선상에 있다. 언제 예술이 될 것인가 싶은 그 순간에 예술도 작업도 삶도 일상도 여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