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의 단면을 쪼갠 듯, 일렬로 늘어서있는 형태의 점차 사라짐은 역설적으로 ‘집’ 이라는 실체로 다가가게 한다. 무수히 많은 생명체를 통해 내려온 연결선상의 존재감을 발견할 수 있고 작품이라는 거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 안의 두터운 상념들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전환한 연약해보이지만 그 안의 강한 실체와 마주하게 한다.
사진들 밑 중간 중간 위치한 4장의 드로잉은 섬세한 감정을 붙잡고 불안하게 ‘사라지는 것’ 과 맞서고 있다.
-작업 노트 중에서, 최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