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끝없는 나무
Endless Tree
2015
철제 프레임, 플라스틱 공, PE망
240x480x8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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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노트
끝없는 나무
Endless Tre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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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 쓸쓸함 혹은 만족과 권태가 자리하는 일상의 구멍들은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로 그 자리를 메운다. 켜켜이 쌓인 생명의 연속선상인 나는 늘 지금 여기의 의미를 묻는다. 하루라도 선을 긋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덮었다.

하지만 나의 세계에서 매일 이겨내고 또 가득 채우기를 했던 그 작업들은 내일이면 또 하루가 시작되듯이 비워져 있어 위안이 되었다. 작은 텃밭에서 뿌리내리기를 그만두고, 수조 속에 녹은 각설탕 물을 버리고, 지붕 밑 하얀 설탕 위의 발자국들을 지우고, 커다란 장막 같이 둘러싼 황금색 끈을 걷고, 그렇게 하나의 설치나 전시가 끝나고, 무엇인가가 열리고 닫혀서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열리고 닫힌 수많은 구멍들은 가지처럼 뻗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의 끝에도 수만 그루의 다른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을 느낀다. 

-작업 노트 중에서, 2015
 
차가운 철제망과 하얀색과 붉은색의 부드러운 망, 그 속의 불투명한 우윳빛 공들이 뿌리처럼 혹은 가지처럼 뻗어내려 있다. 전시장 전체 높이를 두 개로 나누어 다른 색깔을 입히지만 결국은 하나로 연결된다. 수많은 공들은 눈물처럼 투명해 보이기도 하고 세포나 알처럼 가득 차 보이기도 하는 것처럼, 전시장 전체에서 구멍들이  떨어지고 또 새로 나고 있다.

그 동안 나의 작업 속에서 지속적으로 다뤄 온 주제인 '두 개의 무언가를 잇는 것' 에서 생겨나는 균열들을 연결 지어 나타내었다. '구멍' 이라 표현한 그 수많은 공들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또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한다. 하루의 구멍들이 일생을 채우고 결국은 생명의 연속선상인 나는 또다시 어떤 처음과 같은 경계를 만난다. 그 경계에서 잠시나마 다른 수많은 세계와 연결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



<끝없는 나무> 드로잉

2015
끝없는 나무

2015, 191x283mm, 76쪽, 소프트커버 북케이스, 접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