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의 세계에서 매일 이겨내고 또 가득 채우기를 했던 그 작업들은 내일이면 또 하루가 시작되듯이 비워져 있어 위안이 되었다. 작은 텃밭에서 뿌리내리기를 그만두고, 수조 속에 녹은 각설탕 물을 버리고, 지붕 밑 하얀 설탕 위의 발자국들을 지우고, 커다란 장막 같이 둘러싼 황금색 끈을 걷고, 그렇게 하나의 설치나 전시가 끝나고, 무엇인가가 열리고 닫혀서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 열리고 닫힌 수많은 구멍들은 가지처럼 뻗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의 끝에도 수만 그루의 다른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 동안 나의 작업 속에서 지속적으로 다뤄 온 주제인 '두 개의 무언가를 잇는 것' 에서 생겨나는 균열들을 연결 지어 나타내었다. '구멍' 이라 표현한 그 수많은 공들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또 그 너머의 세계를 향한다. 하루의 구멍들이 일생을 채우고 결국은 생명의 연속선상인 나는 또다시 어떤 처음과 같은 경계를 만난다. 그 경계에서 잠시나마 다른 수많은 세계와 연결된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