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그리고 안
-겉: 겉에서 안으로
지붕과 기둥으로만 이루어진 집은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공중에 떠 있다.
흩뿌려진 가루들은 지붕에서부터 흘러내려 투명한 기둥을 통과해서 바닥에 떨어진다. 하얀 조각들은 집의 내부를 관통하며 외부에서 내부로 스며든다.
-안: 안에서 안으로
불과 물이 없는 기능에서 비껴난 부엌이 바깥에 서 있다. 안의 두터운 덩어리가 더 깊숙한 곳으로 파들어가는 형태를 가진다.
-하얀 조각: MSG
MSG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맛이 없으나 음식에 넣으면 원래의 맛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작업 속에서 MSG 하얀색 가루는 아직 드러내지 않은 감각을 감추고 있다. 따라서 안으로도 겉으로도 어디로도 흐를 수 있다.
그동안 위태로움과 연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서 있는 ‘집’ 에 대한 작업을 하였다. 내가 만드는 지붕, 기둥, 부엌 등의 형태는 집이라는 전체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그자체로 다른 전체가 되며, 안과 겉을 나누고 합치는 매개체역할을 한다.
이번 작업에는 ‘집’의 이미지와 ‘먹는다’ 는 행위를 연결짓고자한다. ‘집’ 이라는 형태를 먹는 행위를 하는 대상이자 구조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먹는다는 것은 외부와의 은밀하면서 깊은 교류로 외부와 내부를 관통하는 직접적인 접촉을 의미한다. MSG 라는 하얀 가루를 이용하여 집의 겉과 안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켰다. 또한 빗물받이, 기둥, 개수대, 수도꼭지, 배관 등을 형상화한 이미지들도 겉에서 안으로, 안에서 겉으로, 안에서 안으로 확장시키는 고리들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주재료로 사용한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의 인위적인 투명함과 인공적인 MSG 하얀색 가루의 불투명함의 조합은 일회적으로 소비하는 먹고 살아가는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뿌리내리지 못하는 집(밭), 불과 물이 없는 부엌은 삶과 주체가 분리되고 나와 세계와 분리된 위태로운 긴장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