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글. 조경진
안산 산자락의 이풀실내정원은 비밀의 화원이다. 도시 외곽 논밭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 펼쳐진 정원 그리고 온실의 존재 자체가 의외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초록 세상에 어우러진 형형 색색의 물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사진 온실 계단을 따라가다 보면 비닐과 그물망, 플라스틱공과 털실의 작품들이 곳곳에 늘어져 있었다. 인공과 자연, 직립성과 공중걸이, 투명과 불투명의 서로 대비되면서 다양한 색과 질감이 서로 병치되고 충돌하였다. 온실은 다른 세상으로 여행의 공간이다. 그곳의 식물들은 다른 기후, 다른 장소에서 옮겨와 특정한 공간에 활착한 상태이다. 이곳의 식물은 지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거기에 잠시 안착한 예술 작품은 우리 생각을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동시에 실내정원 산책 여정에 시선이 머물고 생각이 머무는 틈을 마련해준다. 최성임 작가의 '오가닉 스펙트럼' 전시는 맞춤 재단한 것처럼 공간에 어울렸다. 온실에 놓인 그의 작업은 정원적이다. 실내정원에 잘 부합한다는 의미도 있고, 그의 작업 일관된 성격이 정원만들기의 속성을 지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도 “설치작업을 늘 정원가꾸기와 같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온실이라는 자연 공간에 인공의 나무와 꽃을 심었다. '끝없는 나무', '맨드라미', '잎'. 세 개의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간 드라마를 만든다. '끝없는 나무'는 늘어진 나무 가지, '맨드라미'는 절화, '잎'은 스케일업된 입의 주름으로 보인다. 작가 개인의 서사와 관련된 맨드라미는 흥미롭다. 맨드라미는 고혹적인 색과 독특한 형태로 우리 생활 정원에서 만나는 소재이다. 맨드라미가 피를 멎게 하는 민간요법의 이야기는 실제적인 효과를 넘어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망 속에 채워진 푸른공들은 등나무꽃을 연상시킨다. 봄에 등나무에 보라색 꽃이 피면 화려한 축제의 공간으로 바뀌곤 한다. 전이 공간에 세워진 잎 주름 작품은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처럼 단조로운 공간에 리듬을 준다.세 개의 작품은 각기 다른 빈 곳을 채우며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였다.'끝없는 나무'는 허공을 다채롭게 채웠고,'맨드라미'는 창문밖 서있는 나무의 붉은 열매와 묘하게 동거하였다.'잎'은 공중과 복도를 분절하면서 산책의 속도를 제어하였다.
'오가닉 스펙트럼' 전시는 온실 공간을 단숨에 층위가 풍성한 정원으로 바꾸어놓았다.시간에 따라 빛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얻는 것은 덤이었다. 미시적 풍경 연출은 작가가 공간 조건을 잘 해석하고 적절하게 개입한 결과이다. 창 밖의 풍경을 차경으로 끌어들이고, 인공 소재의 작품은 폴리처럼 정원 체험에 변곡점을 만들었다. 나무, 꽃, 잎을 해석한 작업을 태생적으로 식물원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하나하나는 모두 특이한 조건을 지닌다. 행잉 플랜트, 가지째 꺾은 꽃, 유전자변형식물 잎 같은 모습은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악조건의 운명을 반영한다. 갇힌 자연 속에 절박한 조건의 서식 환경을 표현하는 서사는 역설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최성임의 작업은 읽는 몇 가지 코드는 무엇일까? 첫째는 장소이다. 작품의 근원이 개인적 서사와 공간과 관련되어 있다. 고향이라는 장소는 개인적 기억의 실체이다. 그는 어릴 적 동네에서 본 감나무 열매 빛과 잎 빛은 특별하다고 했다. 지리산 자락에 풍광과 토양에서 자란 식물의 때깔을 도시의 것의 다를 것이다. 맨드라미도 어릴 적 정원에서 흔히 보던 꽃이었다. 강렬했던 장소와 풍경 기억은 작업의 모티브이자 자양분이다. 다른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화이트 큐브보다는 삶의 무늬가 있는 장소에서 빛을 발한다. 고가대로 하부, 가압장, 광장 등 특수한 조건의 공간이나 집을 개조한 갤러리에서 전시되곤 하였다. 생활의 기억을 담는 공간에 설치된 그의 작업은 더욱 절묘한 아우라를 품었다. 이번 식물원에서 정원을 닮은 작품도 그러했다.
언뜻 보면 그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타인과 소통을 꾀한다. 가족과 일상과 같은 지극히 사적 영역의 주제가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곤 한다. 작품 창작 방식도 일상의 여건을 반영한다. 공중에서 늘어뜨리는 작업 방식으로 여러 아이들과 지내야 하는 생활 조건에 나온 필연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아렌트의 구분한 노동과 작업, 행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양파망에 공넣기, 구슬 꿰기, 털실 바느질, 비닐 엮기는 일상적 노동 행위를 작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귤망과 양파망에 채운 플라스틱공을 채우는 과정과 비닐을 엮는 재봉작업은 지난한 노동작업이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노동에 새롭게 주목하게 한다. 새롭게 전환된 작업으로 자기의 세계는 단단하게 구축된다. 나아가 작업은 하나의 발화로서 공유을 위한 메세지를 전달하며 행위로서 전환된다. 그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조건을 출발하지만, 공동 감각을 일깨워주고 궁극적으로 함께 사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의 작업은 시간성과 촉지성과 깊이 관련된다. 시간성이라는 조건을 껴안으며 소멸을 긍정한다. Missing Home(2013)이라는 각설탕으로 활용한 작품은 지극히 사라지는 순간에 천착한 작업이다. 정원의 식물들 피어나고 스러진다. 사라지는 것에 주목하고 찬미하는 것은 정원의 생명성과 소멸성과 관련된다. 한편 이풀실내정원에서 만난 작품들은 작가가 수공예 방식으로 여러 사물을 연결하고 이어붙인 것이다. 한땀 한땀 손으로 하는 일들은 흙을 만지며 식물을 심고 잡초를 뽑는 순수한 정원일과 같다. 인공물의 촉지성이 강한 작품들은 거친 세상에서 뿌리내린 식물의 환유이다.
돌봄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정신이다. 그러한 면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과 작업 여정은 일맥상통하다. 돌봄은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이다. 그는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과 가족을 소중하게 돌본다. 돌보는 일은 정원사가 일 년 내내 날씨 걱정하고 흙을 경작하는 일과 같다. 그에게 가정은 정원이고, 그가 꿈꾸는 세계는 또 다른 정원이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교차하는 경계를 넘나들며 위안을 얻고 희망을 일군다. 이 찰나는 로버트 포그 해리슨의 표현처럼 '소란한 세계의 고요한 정지점'이 된다. 경작의 힘으로 거친 세상에 스스로 치유하고 거듭나게 하는 것이 작가가 가는 길일 것이다. 돌봄이라는 정원사의 숙명, 그것은 예술가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에게 작업 행위는 한 뼘의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카렐 체파크의 말처럼 손바닥만 한 정원을 가지는 것은 이를 통하여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이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땅을 가꾸는 일을 넘어서 영성을 가꾸는 일이 되기도 한다. 식물이 지상에 뿌리내리기 위해 절박한 투쟁을 하듯이, 그의 작업은 세상에 살기 위한 절실함의 표현이다. 정원가꾸기와 예술작업은 공히 세상과 소통하는 대화이며, 생명과 순환 그리고 죽음이라는 실존성을 경험하는 매개가 된다.
그는 정원사의 태도를 온전히 본받고 있다. 겸손과 돌봄을 몸소 실천하면서. 그는 때로는 작업 속에서 낭만적 은둔을 통하여 자기를 회복할 것이다. 세상의 풍파와 재난, 온갖 역경의 긴 여정을 극복한 깡디드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라고 여정을 끝맺는다. 고독과 연대를 오가는 통로가 있는 세상을 그리며 오늘도 그는 정원을 가꾸고 있을 것이다.
With a Gardening Mind
KyungJin Zoh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Environmental Studies, Seoul National University)
Ipul Indoor Garden situated at the foot of An Mountain is a secret garden. It was a rarity to see the garden and greenhouse unfold, pass through the fields into a suburban area with streams. When I entered the space through a door, I could see colorful objects mingled with the green world. Following the sloping stairs of the greenhouse, works made with plastic vinyl, mesh, plastic balls and yarns. Various colors and textures juxtaposed and collided with each other along with contrast between the artificial and the nature, vertical and aerial hangers, transparency and opacity. The greenhouse is a space for traveling to another world. The plants, moved from another place, are settled down in a specific environment. The plants here stimulate geographical imagination. The artworks that temporarily sit among them guide our thoughts to another world. At the same time, it provides gaps for gazes and thoughts that could stay in the journey of taking a walk in the indoor garden. Sungim Choi’s exhibition, Organic Spectrum was befitted with a space like it’s been tailored. The work inside the greenhouse is botanical, which means it is incorporated properly with the indoor garden and also the coherent quality seen in the work contains elements of gardening. The artist mentioned as well that her installation resembles gardening.
The artists implanted artificial trees and flowers in the natural greenhouse. The three works Endless Tree, Cockscomb, Leaves create spatial drama in different ways. Endless Tree looks like a drooping tree branch, ‘cockscomb’ looks like a cut flower, and ‘leaves’ look like wrinkles in a scaled-up mouth. Interestingly the Cockscomb relates to the artist’s personal narrative. The Cockscomb with its bursting colors and unique shapes is an object that people can easily encounter in the garden. The story of the cockscomb as a folk remedy of stopping blood, delivers a message of curing beyond actual effect. The blue balls filling the meshes resonates with wisteria flowers. When the wisteria flower blossoms in spring, the place turns into that of an exuberant festival. The leave’s wrinkled pieces installed at the transit space gave rhythms in the simple space like drooping willows. The three works taking over empty spaces maximized the experience of the space. Endless Tree filled the empty space colorfully and the Cockscomb oddly lived well together with the red fruit of the trees standing up outside the windows. The leaves control the pace of walking as they break down the aerial environment and the corridors.
The exhibition Organic Spectrum at once transformed the greenhouse space into a garden with multiple layers. It was a welcomed addition to see a landscape that changes its form across time and light. The micro directing of landscapes was resulted in the artist interpreting the condition of the space and properly intervening with it. She summoned the landscapes seen through the window to create a borrowed scenery structure and create an inflection point of the garden experience with the artificial follies. The works conceived from trees, flowers and leaves made a fine combination with the botanical garden by nature. However each work had its own uniqueness. Hanging plants, flowers cut off from its branches and genetically modified plants reflect the fate of the unfavorable conditions that failed to take root in the ground. The narratives expressing the living environment with devastating conditions in closed nature reveal unexpected beauty.
Which one of several codes could be named for interpreting Choi’s works? First is spatial context. The work is rooted and associated with her personal narrative and places. The hometown as a place is an entity of personal memories. She said that the lights reflected from fruits and leaves of persimmon trees were special to her when she was young. The wind and lights at the skirt of Jiri mountain and their plants should be different from those of the cities. The cockscombs used to be ordinarily seen in the garden when she was young. The strong memories of places and landscapes are the motives and sources of her works. In other words, her works are brighter in places with more patterns of life than inside a white cube. Her works have been shown in spaces with peculiar conditions such as lower parts of the overpass, water booster station, squares and a renovated gallery from a residential house. Her works installed in the space contain memories of everyday life with an even more subtle aura. So was the work resembling a garden in the botanical garden.
At a glance, her work seems extremely personal but she actively reveals it so she can communicate with others. The themes of extremely personal areas like family matters or daily life are often exposed in a public area. The method of making artwork that also reflects her daily life. It was the way of hanging works in the air, which was an inevitable result from daily conditions with her kids. She crosses different boundaries of labor, work and action, as suggested by Hannah Arendt. Putting balls in onion nets, threading beads, sewing yarn, and weaving plastic vinyl, transforms them into artwork from everyday labor items. The process of filling plastic balls into orange and onion nets and the sewing work of weaving plastic vinyl is a laborious task. Her work draws attention to such repetitive and hard labor with fresh eyes. Her world with newly shifted works concretely builds up. To her, the work serves as an articulation to deliver messages for sharing and to turn it into action. Initiated from her extremely personal condition, her works awaken common sense and ultimately, gauge the possibility of living together.
Her work deeply relates to temporality and tactility. Embracing the condition of temporality, it affirms obsolescence. Missing Home (2013) made with squared sugar, is devoted to the very moment of disappearance. The plants of the garden blossom and wither. Inquiring into and praising how disappearance is pertained with mortality and the annihilation of the garden. Besides, the works installed in the Ipul Inner Garden made with various objects connected and merged by the artist. The work done one by one, by hand, is like a form of pure gardening, planting plants and pulling weeds while touching the soil. The works with strong tactility of the artificial are an imitation to plants rooted in the wild world.
The spirit of caring is throughout her work. In that sense, to her, gardening and the journey of making artwork have something in common. To care is to worry and to be concerned. She delicately cares for her daily life with her child and family. To care is like worrying about the weather and tilling the soil throughout the year. To her, family is a garden and her dreaming world is another garden. She gets consolidated and tills hope, while crossing the boundary between reality and the imagined world. That very moment constitutes “the still point of the turning world
[오전1] [오전2] ”
[1] as Robert Pogue Harrison has put it. To cure and rebirth herself with the power of tilling in the wild world would be her way to go as an artist. The fate of the gardener is to cure, and so is that of the artist.
To her, the act of artistic practice is to care for a handful of gardens. Like Karel Čapek said, through having a handful of gardens is to know what we are stepping on. Caring for gardens could be taking care of spirituality beyond mere tilling. Like plants desperately struggling to root down in the ground, her work is an expression for her earnest desire to live in the world. Gardening and artistic practice is to have a conversation with the world, it becomes a medium through which existentiality of life, circulation and death is experienced.
Choi wholly emulates the attitude of a gardener. Practicing humility and caring in action for her own, she sometimes recovers herself through romantic seclusion in her works. Someone is candid, who overcomes a long journey of hardships, disaster, and the struggles of the world, ending their journey of life by saying ‘we must cultivate our garden.’ Drawing upon the world with a passage between solitude and solidarity, Choi is taking care of her garden even on a day like today.
[1] Robert Pogue Harrison (2008), Gardens: An Essay on the Human Conditio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 42.